관악산 호랑이, 그 부재(不在)의 기호(記號) (2012)

백기영 / 경기도미술관 학예팀장

이병수의 작업은 인터넷에서 검색된 <희망>이라는 이름의 상호를 가진 장소들을 따라 추적하는 <서울에서 희망 찾기>에서처럼 물리적인 공간과 일치시킬 수 없는 추상적인 것들을 쫓아왔다. 매일같이 자전거를 타고 검색된 “희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장소와 상호를 찾아 나서는 이 여행에서는 무지개를 찾아 나서는 유토피아적이고 공허한 허망감마저 느끼게 한다. 왜냐하면, 그의 노력이 단순히 상호 찾기에 있지 않고 몸을 움직여 고통스럽게 움직여야하는 자전거 여행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행에서 작가는 물리적 장소마저 부재하는 상황들에 직면하게 되고 그의 희망을 찾는 여행은 때로는 자신이 도달한 목적지의 상호사진으로 때로는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찾지 못했을 때 등장하는 ‘이미지 없음’표시로 나타난다.

이병수의 다음 작업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혔지만 실재할 수도 있다고 상상하는 호랑이를 추적하는 작업으로 연결된다. 그의 말대로라면, “사소한 개인적 경험들”이 “사건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실재와 부재, 우연과 필연, 의식과 상상, 가능성 혹은 맹목적 믿음에 관하여 관찰자로서 혹은 주인공이 되어서 개인적 비망록에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예술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확대되고 있으나 학문적 연구프로젝트로서의 개념적인 작업들이 구체적인 담론이나 비평적 언어를 획득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병수의 작업에서처럼 이 작업들이 학문적 연구 활동으로 이해해야 할지 사회적 관계예술로 이해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병수의 학문적 연구 작업은 기존의 학문적 연구물들이 접촉하지 않았던 기호(記號)들을 찾아내고 있다.

이병수의 <관악산 호랑이 연구 프로젝트>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호랑이에 대한 추적에서부터 시작된다. 1924년 강원도 횡성에서 포획된 이후로 발견되지 않아 환경부는 호랑이를 멸종했다고 선언했다. 이 프로젝트는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제작되어 세 명의 호랑이 전문가를 만나 인터뷰하고 실제로 관악산에 호랑이가 산다고 하면 어떤 서식환경이 될 것인지를 유추하고 있다. 한국인의 민족적 기상을 대변하던 상징적인 동물로서 호랑이의 부재에 관한 문제의식은 세 명의 호랑이 전문가들의 증언에서 드러난다. 호랑이 학자, 호랑이보호단체 관계자, 호랑이 유전자 은행장과 같은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 인터뷰에는 호랑이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이 드러난다.

해발 400-800미터의 깊은 숲에서만 서식하는 호랑이는 해발 673 미터인 관악산과 같은 지형이라면 충분히 서식 가능한 공간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때문에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를 치르기 위해 과천 고개를 넘나들 때 호랑이를 만난 적이 있다고 증언하지만 호랑이의 서식을 위해서는 먹이동물이 충분히 서식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 야생 멧돼지의 잦은 출현 기사를 본다면 호랑이가 서식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 진 것이 아니냐고 상상해 볼 수도 있다. 인간이 나타나면 몸을 숨기는 호랑이의 습성으로 본다면, 호랑이가 부재하는 것이 아니라, 숲 속 깊은 곳에 숨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하지만 호랑이가 서식하기에 주변의 생태환경은 야생동물들의 이동을 원활하게 해줄 수 있을 만큼의 생태 통로를 열어놓지 않았다. 관악산은 서울을 북쪽으로 연접하고 안양과 과천 등의 위성도시들의 틈에 막혀있는 섬에 불과한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이 도시의 고립된 산에서 야생 호랑이의 흔적을 추적하고 있는 그의 연구 작업은 <서울에서 희망 찾기>와 닮아있다.

호랑이는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을 따라 이동하며 시코테알렌을 걸쳐 러시아로 나아간다.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해서 최근에는 러시아의 동물원에서나 발견된다. 이병수가 기록한 관악산 풍경에서는 호랑이가 부재한 자연공간을 보여준다. 인간들이 사라진 틈을 타서 비밀스럽게 산등성이를 오르내리거나 여기저기 모여 있는 등산객들의 모습을 자신의 몸을 숨긴 채 바라보고 있는 야생동물의 시선으로 들여다 본 자연이다. 이병수의 관악산 호랑이 연구소는 과정중심의 수행적 프로젝트를 통해서 어떻게 집단적인 믿음과 상상이 생산되고 사람들의 무의식을 작동시키는지 주목하고 있다.

호랑이의 복원으로 한국 사람들은 더 나은 미래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사)호랑이 보호협회 회장 임순남씨는 일제 강점기에 많은 호랑이들이 학살되었으며, 이로 인해 민족의 맥이 썩고 끊어졌다고 보고 있다. 한국사회의 정치. 사회적인 분열현상은 호랑이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그는 말한다. 사람들은 호랑이의 멸종의 원인을 일제 강점기 때의 학살뿐 아니라 급격한 산업화와 난 개발로 인한 자연환경의 파괴와 같은 것을 드는데, 이와 같은 요인들은 호랑이의 서식환경 뿐 아니라.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병수의 프로젝트에서 호랑이는 한국인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는 동물인지 질문하고 있다. 그의 질문은 단순히 생태학적 멸종 위기에 처한 한 동물에서 그치지 않는다. 호랑이에 투영된 민족적 집단 무의식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민족적 비관주의 혹은 사라진 문화적 전통에 대한 복고주의를 낳고 있다. 알제리의 독립운동에 가담했던 프란츠 파농(Frantz Fanon)은 “저개발국의 민족의식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그 전통적인 약점은 단지 식민지 체계가 식민지 민중을 억압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민족 부르주아지의 지적인 나태함, 정신적 빈곤, 뿌리 깊은 세계주의적 사고방식의 소산이기도 하다.”1)고 말하고 있다. 파농이 식민지인 스스로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집단 무의식의 치유를 시도하고 있다면 이병수의 호랑이 연구는 이와 같은 민족적 집단 무의식의 고고학적 지층들을 파헤치고 있다.

몇 년 전 한 심포지엄에서 최민은 민족과 민족주의의 순환적인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것은 전형적으로 신화적인 영역에 속하는 네러티브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기원(origin)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불가능한 시도가 반복된다. 기원은 신성하고 오염되거나 변질되지 않는 순수한 원형이 존재한다는 미신적 상상의 귀결점이다.”2)라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처럼 호랑이는 민족적 순수성과 기원의 상징으로 단군신화와 접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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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란츠 파농, 대지의 저주받은 자들, 남경태 역, 그린비, 2005

2) 최민, 시각문화연구에 있어서 “민족적”이라는 것, 국제학술심포지엄, 시각문화에 있어서의 네셔널리즘을 넘어서, 아트선재센터, 2006년 12월, 2쪽

Gwanak Mountain Tiger - Sign of Absence

Peik Ki-Young / Chief of Curatorial Team_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Aritst Byung-su Lee's work pursues abstract themes that cannot coincide with physical space, as in the project "Chasing Hope in Seoul," where Lee tracks places named "hope" based on internet research. This journey by an artist on a bicycle, searching for "hope" every day, makes one feel the utopian and empty vanity of chasing the rainbow. That is because his effort does not end simply in the search for names, but is an actual, painful journey on a bike. Along the way, he finds some physical places have ceased to exist; his journey to find hope results at times in photo images of his destination and at other times as the "no image" symbol that appears on the internet when there is no source.

Lee's subsequent work involves tracking the tiger, which is a long forgotten memory in people's minds, but may actually exist according to someone's imagination. In Lee's own words, he created a "process of trifling personal experiences being transformed into an event." As an observer or subject, he aims in his work to document what is actual or absent, the accidental and inevitable, consciousness and imagination, and possibility or blind faith. The reason a conceptual work as an academic research project has difficulty acquiring concrete discourse or critical language is because it is unclear whether to understand it as academic study or social relational art, as in the case of Byung-su Lee. His academic study finds signs that have been untouched by others.

Lee's "Gwanak Mountain Tiger Project" begins with tracking the tiger, which is believed to have disappeared from Korea. The Korean Ministry of Environment declared that tigers were extinct in the country, as they have not been discovered since the capture of one in 1924 in Hwengseong, Gangwondo. Lee's project is made in the form of a documentary in which three tiger experts are interviewed and asked to speculate on the habitat of Mt. Gwanak that would enable tigers to live there. The concern about the absence of the tiger, which has been a symbolic animal representing the Korean spirit, is revealed in the testimonies of the three experts. Diverse perspectives on the tiger are also revealed in interviews with a tiger scholar, a member of a tiger protection organization, and the head of a gene bank for tigers.

Specialists determine that since tigers only live in deep forests 400-800 meters above sea level, the landscape of Mt. Gwanak, 673 meters above sea level, could provide adequate living conditions for them. Aristocrats during the Chosun Dynasty testified that they had met tigers as they passed the Gwacheon ridge, but sufficient food such as small animals must exist for tigers to survive. We can imagine that the environment is now better for tigers, considering the recent frequent appearances of wild boars. Since it is the natural instinct of tigers to hide at the sight of humans, we may maintain the hope that perhaps they are not absent, but just in hiding, sustaining their lineage. In the surrounding ecological environment, however, there are not enough passages left to allow the frequent movement of wild animals. Mt. Gwanak borders Seoul city to the north, and exists as sort of an island stuck between satellite cities including Anyang and Gwacheon. In the isolated mountain of the city, Lee's work to track traces of tigers resembles his "Chasing Hope in Seoul" project.

The tiger moves along the Baekdudaegan, which is the backbone of the Korean peninsula, through Sikhote-alin and Russia. The number of the species has dropped sharply there, too, leaving only a few in zoos. The Mt. Gwanak landscape documented by Lee shows a natural space without tigers. It is nature seen from the viewpoint of wild animals, which move secretly up and down the mountain when humans are gone, or watch hikers from concealed places. Byung-su Lee's Mt. Gwanak Tiger Research Institute focuses on how collective belief and imagination are created, and how this activates people's unconsciousness, through its process-oriented project.

President Soon-nam Lim of the Tiger Protection Association, who believes that restoration of tigers will bring a better future to Koreans, says many tigers were massacred during the occupation by Japan, and thus the legacy of the Korean nation was been cut off and spoiled. Lim claims that the political and social division of Korea is due to the absence of tigers. People attribute the cause of tiger extinction not only to hunting during the Japanese occupation, but also to destruction of the natural environment due to rapid industrialization and reckless development. Such factors influence not only the habitat of tigers but also the lives of humans who live in these environments.

In his project, Lee asks what significance the animal called tiger has for Koreans. His question does not concern only an animal facing extinction in an ecological context. The collective national unconsciousness projected on the tiger gives birth to a national pessimism or reactionism penetrating the modern history of Korea. Frantz Fanon, who took part in the liberation movement of Algeria, stated, "The traditional weakness that inevitably exists in the national consciousness of underdeveloped countries is not something that was formed because imperialism oppressed the people of the colonies. It is also a result of intellectual laziness, mental poverty and a deeply-rooted global way of thinking on the part of the national bourgeoisie.” While Fanon attempts a treatment for the collective unconscious, so that the colonized people may escape from their own oppression, Lee's tiger research digs into the archaeological strata of national collective unconsciousness.

A few years ago at a symposium, Min Choi brought up the circular issue of the nation and nationalism, saying, "It is a narrative that typically belongs to mythology. Therefore, impossible attempts are always made to trace back to the origin. This is a conclusion of the superstitious imagination that there is a divine and pure prototype of the origin, which is not contaminated or altered.” As he has pointed out, the tiger is linked to the Dangun myth, as a symbol of national purity and pr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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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rantz Fanon, The Wretched of the Earth, trans. Kyoung-tae Nam, Grinbi, 2005.

2) Min Choi, What is "national" in visual culture studies, International Academic Symposium, Transcending Nationalism in Visual Culture, Art Sonje Center, Dec. 2006, p.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