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극장 <Temporary Fiction>

4K computer-generated video, 11:05, 2020

 

 

 

 

 

 

 

 

임시극장 <Temporary Fiction>

4K computer-generated video, 11:05, 2020

 

 

 

 

 

 

 

임시극장

Temporary Fiction

 

2020

 

하나의 장소가 이미지로 기억되는 경우가 있다. 주로 미디어에 빈번히 노출된 고정적 이미지의 장소가 그러한데 그 장소는 특정한 구도의 샷과 장면의 반복을 통해 우리의 기억에 각인된다. 예를 들자면, 이순신 장군 동상을 중심으로 펼쳐진 광화문 광장의 모습이나 항공 뷰로 천천히 조망하는 백두산 천지의 모습 같은 것들이다. 그것들은 특정한 장소에 대한 개별 기억이라기보다는 집단의 이념을 내포한 구축되고 학습된 이미지들이다.

 

판문점도 위와 같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 현대사를 대표하는 장소이자 2018년 남북정상회담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은 판문점은 그 접근과 출입의 어려움과는 별개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일렬로 늘어선 회담장 건물 사이로 반쯤 몸을 가린 채로 경계를 서는 남북의 군인들과 시대를 빗겨나간 오래된 건물의 모습은 판문점이라는 곳을 대립과 긴장이 연속된 시간이 멈춰버린 역사적 사건의 장소로 기억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나는 이러한 상징적인 장소를 다르게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전쟁이 곧 종식될 것이라는 당시 생각으로 이름 붙여진 임시 회담장의 건물 약칭 (Temporary) T1, T2, T3처럼, 이 곳이 일시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연극 무대와도 같은 곳이라면 어떨까. 사실 판문점에서 벌어지는 많은 정치적, 이념적 이벤트 역시 (급변하는 국제 정세가 그러하듯) 하나의 연극과도 같지 않았던가. 그러한 김에 나도 이 곳에서 벌어지는 일시적인 픽션을 상상해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